11장 (3)

 

일이 어영부영 마무리되고 지상으로 나온 일행들
그리고 나오자마자 휴고 선배의 첫마디...

휴고
있지, 쓸쓸해?

진짜 소리 지름
소리지른다고했다두번말했다

잠깐 휴고 선배... 당신 정말 타나카 아스카야?
유포 쿠미코-마미코 자매 에피, 그리고 마지막 화가 생각나서 소리 지름
그만하라고했다나눈물나온다고했다


레이
쓸쓸해요. 휴고 선배가 생각하시는 것보다, 몇 배나 더 

내가 바로 그렇게 대답한 것에 놀란 건지 휴고 선배는 부자연스럽게 눈을 크게 떴다. 

휴고
그렇게 생각해 주는구나

그리고 올리버를 이어 ‘오우마에 쿠미코’ 발현하는 레이
너무 좋아서 현기증 날 뻔함 쓰러질 뻔함
나를 위해 준비된 종합 선물세트가 11장이야...

 

*
레이
난 올리버처럼, 화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곳에, 어릴 적부터 함께 걸어온 미겔 선배의 소원이 있고,
역대 왕의 선택과 소원이 있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그저 이, 사실은 서투르고, 상냥한 사람이 사라진다는 것에
「쓸쓸하다」라고 말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다.

레이
휴고 선배의 마음을, 소원을, 제가 기록할게요 
미겔 선배가 말한 대로, 베릴우드가 어떤 나라인지도 중요하지만-
휴고 선배가 바란 것도, 만들어낸 기적도
없던 일로 만드는 건,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요


휴고
그래. 그럼 내가 졸업할 때 그걸 읽고 싶어
네가 아는, 나를 읽어보고 싶어. 그래도 돼?

 


잠깐만... 휴고 선배...

‘천년돌’ ?......

할 말 많은데 일단 나온 말은 천년돌이였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 아침 해를 맞으면서... 막 선배가...
저런 존나 슬픈 말을 하는데... 어떡하라고...

지금까지 개끔찍인외처럼 보였던 선배가 이젠 천년들 같아 보이는데... 
내 눈엔 선배가 하시모토 칸나고 탕웨이고 장워녕이야... 


레이
「물론이죠」라고, 말로 해버리면 눈물과 함께 중요한 것이 떠내려갈 것 같아서
난 목의 안쪽이 정말로, 바보같이, 꾹 하고 울리는 것이었다.
아름다운 이 풍경이, 반짝이는 은총이, 휴고 선배의, 처음 보는 걱정 한 점 없는 미소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스러운 것이라고 그렇게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이번 장도 레이의 찬란한 슬픔 같은 독백으로 마무리
포엠 너무 예술적이라 말도 안 나옴


 

 

제발그만해...... 제발너무슬프잖아제발그만해.....

진짜 이럴 줄 몰랐다... 난 그냥 엄지 공주 올리버 볼 생각에 신났었는데
갑자기 막 존나무서운거 보여주고, 근데 또 거기에 나우시카 얹어주고 유포 얹어주고
나 그럼 어쩌라고 아름다운 거 보고 눈멀어서 영원히 눈물만 딲으라고? 나아무것도못하고지금... 

그리고 휴고 선배 여태 뭐라 한 거 진짜 미안해요...
물론 선배가 계속 싸패 발언하고 눈치 없는 복학생처럼 1학년들 사이에 끼고 되지도 않는 개그 치고
그래서 그런 거긴 한데 진짜 미안해요...

선배가 거대한 슬픔을 안은 채로 살고 있었을 줄은 몰랐어요...


*
사실 난 휴고 선배를 그냥 라누스테의 피가로(ㅋㅋㅋ)정도로만 생각하고
타고나길 그냥... 좀 인간 마음도 모르고 사랑도 모르고 
그래서 개끔찍 인외처럼 구나 싶었는데...

잊고 있었다 
피가로 가르시아 조차 존나 거대한 슬픔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정신 아픔이들에겐 항상 그들을 그렇게 만들어버린 원인이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게 학교 졸업하자마자 자아 뜯기고 안광 잃은 채로 살아야 한다는 잔혹한 운명일 줄은 몰랐지
진짜 몰랐다... 이 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ㅠ 
그래서 지금 방바닥에 엎어져서 우는 거임 선배 진짜 미안


*
계속 말하고 있는데 휴고 선배가 너무 완벽하게 '타나카 아스카'였음
난 일단 여기서 1차 임종

 

 

거대한 슬픔을 안고 있고, 장남(녀)고, 짊어진 책임 존나 많고, 세상은 원래 이지경인 거라고 다 포기하고 초연하게 굴고, 그거 들켜서 친구랑 후배들까지 엉엉 울리고,

 

 

진짜 선배는 최악이에요...
말을하지그랬어...
그냥 다 알고 나니까... 슬프고... 좀...
얼마다 거대한 슬픔인지 감도 안 오고...


걍 웃음이 안나옴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이 세상을 살아왔나요 선배... 

미티어 졸업하자마자 자아 뜯김 당하러 갈 선배 생각하면 슬퍼서 미치겠음
안돼 졸업하지 마... 가지 마... 내가 유급 시킬 거야...

시한부라서 죽는다 보다 더 잔혹하다고 생각되는 게 
정신은 빠져버리지만 몸은 살아있으니 휴고 선배의 '존재' 자체는 유지될 것이고
더 이상 휴고 선배가 아닌 휴고 선배를 지켜봐야 할 주변인들(유진, 미겔, 타키 등)을 생각하면...
잠깐 좃된다... 너무 슬퍼서 좃된다... 생각 그만해야 된다...

아 역시 귀족 것들은 다 미쳤어 빨리 혁명해야되 
이딴 거나 만들고 있고 다 없애버려야되 
혁 명 베릴우드는 입헌군주제를 폐지하라


*
휴고만큼 의외였던 게 미겔이어었는데
이분은 본인이 알아서 골고타 언덕을 타고 계시기 때문

워낙 어릴 적에 한 발언이니 그렇게 죄책감 가지지 않아도 생각하는데
(어린애가 별 수 있었겠는가)
그거 가지고 죽을 듯이 괴로워하시는 거 보니 타고난 예수상이시네 싶다... 
알아서 언덕 타고 계심 슉. 슈슉. 슉. 슈슉. 

이런 면에선 좀 가스트(에리오스) 생각나기도... 둘 다 갈발 녹안이고... (진짜 왜지)
하지만 선배는 패고 싶지 않다. 그냥 미겔 선배 사랑해요~♡임 선배 응원해요~♡

근데 어렸을 적에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소리니까 더 충격이 크겠다 싶기도 함
내가 내 친구한테 돌려 돌려 말해서 너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한 격이니까

음 잠만... 너무 심한데...? 또 심란해지려고 하네... 


*
암튼 그런 말을 해버린 것으로부터
둘의 관계가 이상하게 묶여버린 거 아닌가 싶음
평생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책임져야 할 것 같잖아......,

공방 스토리부터 휴고 선배랑 미겔 선배랑은
그냥 소꿉친구라고 보기에 좀 뭐 한 끈적임 같은 걸 보여줬는데
이런 관계성일 줄도 진짜 상상을 x... 어쩐지 끈적하더라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무튼 나도 후죠라 
이런 깊은 관계성을 보면 cp적 여지를 살펴보게 되기 마련인데
둘 운명이 너무 개처참해서 연애하라는 소리도 안 나온다 

지금 그게 문제야? 지금 둘 다 졸업하면 좃되게 생겼다고 목숨부터 챙기자고 

둘은 소중한 것을 주고받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이지만
국가 단위의 개억까 때문에 앞으로 둘 앞엔 거대한 슬픔만이 기다리고 있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재앙 같은 관계성... 슬플 일 밖에 안 남은 관계성...

서사 존나꽉낀다... 둘사이좃된다... 


지금 머리가 잘 안 돌아가서 뭐라 말을 더 못하겠는데
아무튼 둘의 관계성은 진짜 복잡하다 그리고 그만큼 슬픔...
둘이 메인으로 나오는 이벤스가 나왔을 때 다시 생각해 봐도 좋을 지도...


*
캐릭터 장사하는 모바게 특성상 캐를 죽이는 일도 없을 것이고 
졸업하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건 아마 섭종할 때 다 돼서겠지만
난 n이라서 벌써부터 상상하고 있고 그래서 슬퍼서 미치겠고 뭐 그래... 

내가 슬픈 거랑은 별개로 라누스테가 모바게가 아니었다면
휴고 선배 졸업 후 즉시 자아뜯음이 엔딩 내서
독자의 마음에 영원한 상처를 남길 엔딩 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좀 가슴이 '룽'

원래 명작은 캐릭터를 죽일 때 탄생하는 법...
그리고 원래 씹덕이라는건 정신적으로 쥐어짜지는 느낌을 즐기는 마조 집단이니까요
자꾸 내 전두엽에 흠집 내줬으면 좋겠음

하지만 모바게니까 그런 엔딩이 날 일은 없을 거고 (아마도)
이거 자체가 좀 억지 해피엔딩 장치이긴 하지만... 
그 덕에 이야기가 상냥해지는 여지가 탄생할 수 있는 거라고 봐서
이러니저러니 해도 해피엔딩을 바라는 나에게 있어선 좋은 장치라고 생각함

라누스테가 마지막엔 꼭 실패한 혁명에도 의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함
그것이 이쿠하라流니까


 

멘스 쭉 재밌었는데 진짜 11장은 역대급으로 재밌었다...
이건 뭐 그냥 "나를 위한 종합선물세트"
유포美 나우시카美 이쿠하라美 넘치는 데서 말 다 했음 무슨 말이 더 필요해

드씨로 십덕질 주 종목 갈아타게 되면서 하던 게임도 하나둘씩 유기하게 됐는데
이젠 슬슬 모든 스토리는 한 입씩 챙겨보자는 마음가짐은 슬슬 버리고
라누스테 하나에 집중해도 좋을지도...

11장이 내 마음에 즛큥도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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